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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펫 ] 일정 체적의 액체 또는 기체를 측정하거나, 다른 용기에 추가하거나 할 수 있는 기구

의생명연구소 이야기1.  기초연구와 임상연구 그리고 중개연구

일반적으로 중개연구 혹은 융합연구는 기초 과학과 임상연구 간의 연계 가능성을 발굴하고 상호 보완해주는 연구로 기초 과학의 연구 결과를 실제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단계로 중개하는 과정을 말한다. 서울아산병원에는 1990년 현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의생명연구소의 모태가 되는 아산생명과학연구소가 개소하여 올해로 34년을 맞이하고 있다. 의생명연구소는 현재 다양한 중개연구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아산생명과학연구원내 핵심조직으로 개소이래 크게 발전하여 왔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연구소를 설립하여 직접 중개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필자가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1989년 11월 9일 조례사에서 정주영아산재단 설립자께서는 의학이라는 학문과 의술을 연구하는 것은 참으로 무한한 것이라고 언급하신 것도 한가지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본 코너에서는 기초와 임상 그리고 중개연구를 폭넓게 수행하고 있는 의생명연구소의 최근 현황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1990년대 말경부터 미국과 일본 등 에서 다학제적 연구란 용어가 유행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생명과학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물리, 화학, 공학 등 다양한 학문을 제휴하는 시도가 다양하게 이루지기 시작했다. 필자가 소속해 있던 홋카이도대학에서도 2000년대 초반 바이오와 나노의 융합이란 테마로 거대한 연구조직이 국가프로젝트로 3년간 운영되었는데 물리, 화학, 공학, 의학, 생물학과 연구자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려 세미나를 
융합연구지원센터
     백찬기 교수
< 2023년 방문한 동경공대 세포제어공학연구센터에 마련된
   오스미 교수  전신사진과 기념사진 >
개최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각 분야에서 사용하는 연구자들의 용어에서부터 생각의 방식까지 너무나 달라 의외로 이분야간 협력 자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쉽지 않음을 배우게 되었다. 다행하게도 필자가 전공했던 생물물리학은 생물학적 현상을 물리적인 사고와 기법으로 접근하여 이해하고 규명하는 학문으로 일본에서는 이미 1960년대부터 시작되어 2000년 당시에는 의생명연구자가 생물물리적 접근법을 융합하는 연구로 전성기를 맞이한 때였다. 여담이지만, 녹색형광단백질을 발견하여 2008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시모무라 교수나 오토파지작용의 원리를 규명하여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오스미 교수는 일본의 형광현미경기술을 이용한 의생명연구 발전과 젊은 다학제적 연구자 양성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특히 현미경관찰을 계기로 오토파지를 발견한 오스미 교수를 포함한 절친들로 구성된 7인의 사무라이라고 불리는 연구자들 중 몇 분은 각 분야에서 생물물리학을 애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덕분에 그 중 3명의 교수들과 각각 공동연구를 수행한 경험도 있다. 그때 이후 30여년이 지난 최근에는 선진국을 위주로 물리, 화학, 공학이 생명과학분야에서 많이 활용되고 협력연구가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을 실감하게 된다. 30년이 지난 지금 겨우 다학제적 연구가 본 궤도에 올라 보편화되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이 분야 간 협력연구를 하는 것이 어려울 진데 기초연구와 임상연구를 연계하는 융합중개연구는 더욱 어려운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다양한 이 분야 연구자들과 많은 협업을 진행해 오면서 느끼는 점은 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각 연구자의 인내심과 희생이 따른다는 것이다. 새로운 연구를 하는데 있어 많은 시행착오가 발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연구 이외에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제반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진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오랜 일본생활을 청산하고 2014년 의생명연구소에서 연구를 시작하고 난 이후 병원의 체계를 겨우 알게 되던 때 크게 놀랐던 것은 2006년부터 시작되었다는 아산병원의 암 통합진료 시스템이었다. 암환자 치료를 위해서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
일이지만, 서로 다른 전공과가 협업을 통해 큰 시너지를 얻는 시스템을 구축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까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한편, 의생명연구소에서는 2015년 3월 기초연구와 임상연구를 보다 효율적으로 연계하고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협동중개연구센터가 발족하였다. 연구원에 있는 다양한 기초연구자와 연구자원을 임상연구자와 보다 효율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센터에 소속된 각 교수들은 전문 분야가 상이하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친화성이 높아 서로 협력하는 체계가 잘 구축되었고 개인적으로 혹은 센터를 통해 다양한 임상연구자들과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설립 10여년이 다가오는 협동중개연구센터는 현재는 중개연구에 관심을 가지는 임상연구자에게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엑소좀 관련 연구가 폐암진단 등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로 원내에서 중개연구로서 활성화되고 있고, 심장내과나 알레르기내과와 연계된 연구를 통해 새로운 바이오 마커가 발굴되기도 하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조직적 연계와 협업이 기반이 되어 다양한 성과가 최근 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단기간에 병원과 연구원내에 다양한 협업문화가 눈에 띄게 발전하는 모습은 국내외적으로 그 사례를 보기 힘들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은 1989년 6월 개원이래 35년간 급속하게 발전하여 현재는 세계에서도 인정하는 국내 최고의 의료기술을 제공하는 병원으로 발전하였다. 즉 다시 말하자면 기초, 임상, 중개연구에 관련된 많은 양의 정보가 축적되어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마치 우리는 보물섬에 살고 있으면서 그 많은 보물의 광맥을 찾아 여행하는 즐거운 광부로 변신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없는 보물을 발굴하기 위해 기초 및 임상연구 또한 의생명연구소를 필두로 다양한 센터와 연구소가 나름의 협업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상황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러한 연구자간 협업과 중개연구시스템을 발판으로 연구와 진료의 가교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질병 없는 인류사회 구현에 우리 모두 기여할 수 있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의생명연구소 소식지 PIPETTE
Asan Medical Center 
Biomedical Research Center (Asan Institute for Life Sci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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